이미 어제가 되어버린 오늘. 난 새벽이 되면 유난히 이 표현을 즐겨 쓴다. 어제가 되어버린 오늘. 새벽은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기 때문에 특별하다.

오늘 많이 피곤한 하루였다. 선생님 오프닝 있는 날이어서 바쁘게 움직여야했다. 하루 종일 현기증과 편두통이 나를 따라다녔다. 집에 오자마자 잠들어도 모자랄 판국이지만 잠들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갤러리 이사장이라는 분이 대접해주신 라떼 덕분이다.

대낮에 먹은 커피효과가 이 늦은 새벽까지 효력을 발휘하다니 나는 정말 커피랑은 담쌓고 살아야 하나보다......커피 맛있는데 슬프다.

새벽이 왔으니 새벽답게 사색을 즐겨본다. 사색이라 말하기도 민망해서 보통 나는 이런 활동을 통칭 '잡생각'이라한다. 생각이라는 것은 무지하게 즐겁고 창조적인 취미이다. 아무런 도구도 필요없기에 굉장히 편리하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얻는 것도 상당하다. 머릿속에서 막연히 떠다니던 내 생각의 조각들이 이 시간을 통해 하나의 의견으로 정리되어진다. 흘려지나보냈던 생각들, 언제고 다시한번 생각해봐야겠다 여겼던 문제들, 감명깊게 다가왔던 외부의 요소들에 대한 나의 느낌과 생각이 정리되어지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사고의 깊이가 깊어지고 그 넓이가 확장된다.

스스로의 의견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알고있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누군가 어떤 상황이나 현상에 대해 나의 의견을 물었을 때, 때때로 나는 당황해서 뭐라고 말해야 할까 0.1초 고민함과 동시에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서 설명하곤 하는데 (이마저도 안될 때는 생각의 필터링이 없이 그저 머릿속의 스치는 내용이 마치 나의 생각인것 처럼 이야기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기도한다.) 이 때 말실수를 한다거나 뜬금없는 의견을 말할 적이 부지기수다. 사실 앞과 같이 내 의견이 무엇인지 나조차 생각해 본적이 없는 상황에서 횡설수설하지 않고 명료하게 어떠한 의견을 말 할 수있는 능력은 의견의 전달이라기보다는 임기응변에 가깝다. 묻고 답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생전 생각해본적도 없는 일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그 생각 안에 개인의 주체적인 생각이 온전히 담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그 것도 하나의 의견이 되기는 하겠지만 대개 일차원적이거나 순간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임기응변에 능한 것은 물론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시간이 있을 때 조금 더 생각하고 그 생각을 미리 정리 해본다면 임기응변식의 대답보다는 보다 구체적인 의견을 이야기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과의 대화에서 구체적인 내용의 의견을 전할 필요는 없겠지만, 간혹 있을 깊은 대화를 위해서 만이라도 이러한 준비는 유익하다 생각된다. 이렇게 준비된 생각들은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대화를 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나의 생각을 전할 수 있도록 대화의 밑거름이 되어준다.

비단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할 때가 아니라할지라도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개인의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된다. 생각을 전개해 나가다보면 자신의 오류가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게되기 때문이다. 혼자 생각한다지만, 자신의 철학에 스스로가 지나치게 심취되어 있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물론 상황과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면이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경우도 있겠다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한 발 멀리 떨어져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시간을 통해 오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사실 위와같은 과정을 거친다 할 지라도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모든 문제가 풀리지는 않기 때문에 여전히 풀리지 않는 오류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나(물론 개중에는 분명 생각의 정리를 통해 해결되는 문제들도 많다), 적어도 내가 어떤 부분이 어렵고 어떤부분에서 속수무책인 상황이 되는지 혹은 앞으로 이런 문제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기도하며 나아가야할지 그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만큼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더 쓰고싶지만 어느새 새벽이 깊었기에 급 마무리 지어 요지를 밝히자면, 그러므로 내 잡생각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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