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내가 바로 강진영>

 

스물 두살의 여자가 있었다. 이름은 강진영. 언제나 세상을 살면서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취미로 하는 여자이다. 그녀는 다양한 종류의 생각을 한다. 여러 빛깔 생각으로 삶을 즐긴다. 그녀는 비가 오는 창문을 좋아한다. 비가 거세게 오면 그녀는 눈을 감고 빗소리를 즐긴다. 바닥에 투덕투덕 내리 꽂는 빗줄기 소리. 그 소리는 마음을 두드린다. 마음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흡사 타자기 소리처럼 맑고 경쾌하다. 타자기를 두드리는 소리 또한 비슷한 의미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소리이다. 그녀는 타자기 소리를 듣기위해 일부러 의미 없는 단어들을 연결 해보기도 한다. 그녀는 그런 여자였다.

 

진영이는 지금 타자기의 시옷자를 쳐다보고있다. 시옷자는 사람인()자를 닮았다. 그리고 산 봉우리 모양과도 닮았다. 혹은 콧수염 같기도 하다. 그런 생각들을 이어가며 진영이는 시옷자를 쳐다본다. 시옷이 눈앞으로 튀어나왔다. 시옷이 둘로 갈라졌다. 둘로 갈라진 시옷이 춤을 춘다. 춤을 추는 둘로 갈라진 시옷은 그녀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내 말을 잇지 못하고 특유의 종종걸음으로 걸어가 그녀의 널따란 책상 위에 놓여있는 빨간 미니어쳐 자전거의 체인을 돌린다. 자전거가 굴러간다. 작은 자전거 바퀴에서 귀여운 소리가 들려온다. ...... 진영이는 행복함에 미소를 짓는다.

2011818

 

 

 

 

내 미니어처 자전거는 2년사이에 친구가 여럿 생겼다.

 

 

 

컴퓨터 파일들을 정리하다가 2년전에 적었던 글들을 발견했다.

 

60초 소설이라는 책을 읽고 쓴 글이었다.

60초 소설
국내도서
저자 : 댄 헐리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2000.06.15
상세보기

이 책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나도 한번 해봐야지하는 생각으로 책상에 앉아서 쓴 글이다. 60초만에 내용을 구상해서 적고, 덧붙이는 작업으로 몇 분 정도는 더 걸렸던 것 같다. 하다보니 재미있어서 꽤 여러편을 썼다. 그 정체불명의 60초 소설들 중 하나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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