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점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줄어간다.
스무살엔 모든 곳이,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처음 가보는 동네, 처음 먹어본 음식, 처음 타 본 기차, 처음 가는 여행, 처음 만난 사람들. 처음으로 혼자 밥을 먹었던 날,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갔던 날. 수 많은 처음을 겪어 오늘의 내가 있다.

아직도 못 해본 것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28년을 사는 동안 어느새 나는 일상 속에서 만큼은 꽤 많은 것들을 능숙하게 해 내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고객과 통화 하는 것은 어렵다.)

처음이란 것에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처음이라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첫사랑 첫키스 따위에 지나치게 의미부여하는 것 등은 다분히 유치한 태도라 생각한다.

다만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은, 모든 것이 낯설었던 처음 그 날의 마음가짐, 그 날의 느낌, 그 날의 기분, 그 날의 태도다. 낯설고 어렵고 떨리고 무서웠던 시작. 아웃백에 가서 어떻게 주문하는 것인지 인터넷에 검색해봤던 10대를 거쳐 지금의 내가 있다. 지금은 주머니 사정만 허락한다면 아무런 고민과 계획 없이 아웃백에 가기로 마음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됐다.

그런데 익숙하다는 것은, 능숙하다는 것은 뭘까. 조금의 여유, 조금의 편리함이 더해지는 내 삶이 기특하면서도 조금은 슬프다. 점차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익숙한 것들을 따라가게되지 않을까. 생각도, 대화도, 만남도.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찾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익숙하지 않은 음악, 예술, 영화, 사람, 책, 공간.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넘어 날마다 새로움을 알아가는 기쁨과 두려움 그리고 설렘 속에 살아가고 싶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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