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부 수련회라 교회에서 하룻 밤을 지냈다. 역시 외박은 너무 힘들다. 그래도 그런대로 잠은 잘 잤다. 자고 일어났다니 엉덩이랑 허벅지랑 팔뚝이 너무 당겼다. 요가로 인해 근육이 놀란 탓인듯 했다. 일어나자마자 대충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아이들은 말씀암송을 했고 나는 옆에서 놀았다. 음 놀면 안되는 것이었을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조금 더 열심히 참여했어야 하는데. 내가 교사로 섬긴다고 말하기엔 좀 부끄러운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다음엔 나도 말씀 같이 외워야지.
몇년전엔 말씀 암송으로 상도 받았던 나였는데.. 어쩌다보니 그 말씀들을 다 외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아이들이 몇차례나 반복적으로 말씀을 외워내는 것을 보고 정말로 많이 많이 부끄러웠다. 아이들은 문화상품권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성경암송이 문상보다 훨씬 가치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잘 하지 못한다. 참 부끄러울 따름..ㅋ
오늘은 달이 정말로 예뻤다. 달이 둥근날에는 왠지 모르게 센치해지는 경향이 있다. 늑대인간도 아닌데 이 반응은 어째서 일어나는 것인가. 워낙에 감성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오늘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정말 마음이 이상했다.
그래서 연신 노래를 듣다가 이렇게 정말 초딩스럽게 하루의 일들이나 나열하는 유치한 일기를 써본다. 내가 유년시절에 적었던 일기는 대체로 이런 식이었는데 일과를 적는다는 것이 그 날엔 참 무의미한 짓 처럼 느껴지다가도 먼 훗날 다시 일기를 꺼내보았을 때엔 마치 기억의 조각이 머릿속에 끼워지듯 기억의 시야가 넓어진다. 때문에 앞으로는 이렇게 간간히 일과를 나열해 볼까 한다. 그 시절의 나는 뭘 하고 지냈는지 궁금해지지 않도록 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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