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눈물은 사라지고 허무함만이 남아있다.

꿈에서 깨어난 것 같은 기분이다.
화가 난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다.
나는 원래 무언가에 크게 감정이 휘둘리는 일은 없는 편이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될 만하다 생각이 들면 절대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상황을 정돈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게 분노할 일도, 슬퍼할 일도, 실망할 일도 없다.

어떻게 보면 나는 누구보다 상처에 민감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쉽게 상처받지 않는 편이지만
그건 그만큼 조심하기 때문이지 탁월한 방어능력이 있어서가 아닌 것이다.

나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남들보다 두배 세배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생각을 정리해서 상처에 의연해지게끔 마음을 설득할 뿐이다. 난 결코 강하지 않다. 그저 내 마음을 설득하는 기술이 조금 발달한 것 뿐.

시각장애인들은 취약한 시각때문에 청각이 발달한다. 나같은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누구보다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스스로의 마음을 점검하고 설득시키고 받아드리는 과정이 더욱이 발달된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상처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편이지만, 딱 한가지 경우에선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는데, 바로 오늘 그것을 경험했다. 누가보더라도 별것 아닌 일임에도 이렇게 되는 나를 보며, 나는 생각보다 그리 강한아이가 아니었음을 다시 깨달았다. 그동안 누군가가 쏘는 화살에 대처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전에 비해 난 좀 더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나는 여전히 약할 뿐이다. 다만 나의 약함을 보완해줄 다른 부분이 새롭게 발달되었을 뿐. 나의 존재 자체는 여전히 약한 인간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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