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나를 힘들게 했던 고민 중 하나는
내가 디자인에 열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에
어제 도서관가서 책을 빌렸다.
예전부터 이 책을 교수님으로부터 익히 들어왔다.
노먼 포터가 쓴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
하라켄야의 디자인의 디자인 만큼이나 유명한 책이다.
디자인의 디자인을 읽으면서 디자인 전공생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잡았던 1학년 때가 생각난다.
그 때가 생각나면서 아직 읽지도 않았는데 시작부터 가슴이 뜨겁다!
나보고 디자이너가 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무진장 많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내가 디자인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의 가치관의 일부는 이미 디자이너로서 자리잡았다.
왜 나는 무언가를 하는 행위를 봐야지만 그것이 열정이라고 생각했을까
꼭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머리를 쥐어짜며 패키지디자인을 하고있지 않아도,
내가 꼭 책상 끄트머리에 앉아 내 몸만한 방안지 위에 디자인시안을 그리고있지 않아도 나는 디자이너이다.
나의 생각은 이미 디자이너로서 굴러가고있다. 버스 창 밖으로 지나가는 무수히 많은 간판들을 보며 드는 생각이나
카페에 가서 커피홀더에 그려진 일러스트를 보며드는 생각들이며, 빵가게에서 알바를 하면서 접하는 많은 패킹과
심지어는 포장되어 들어오는 빵박스에 박힌 로고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까지 내 생각과 사고는 그렇게 굴러간다.
가끔 디자인을 하다보면 결과물에 집중한 나머지
디자이너로서의 철학과 가치관(애초에 없었을 수도..)을 잊고 작업에만 매진하게된다.
뭐 사실상 내가 아직 디자이너도 아니거니와 그리 엄청난 디자인을 해 본적도 없으나
디자인과에 몸 담고있는 사람으로서 말해보자면
모든 디자인에는 항시 데드라인이 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탁월한 집중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모든 집중력을 총 동원하다보면 정작 본인이 왜 디자인을 하고있는지 잊게 된다.
또 사실 전공과목 교수들이나 디자인회사나 그것을 굳이 문제삼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이다.
정체성이란 결국에는 본인 스스로가 찾아가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
이와 같은 이유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수 많은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철학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 채 그저 명함에 쓰여있는 디자이너라는 네 글자에 만족하며 살아가고있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디자인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고민들이 나를 더욱 단련시키고 성장케 하리라 확신한다.
감사할 것은 돌아갈 초심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