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낮에 일이 너무나 하기싫고 또 졸려서 잠을 꽤 오래 잤다. 그랬더니 여적 잠이 안온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5시였다. 2시부터 3시간 가까이를 쿨쿨 잤다. 그리고나서부터 발등에 불이 떨어져 11시까지 거의 쉬지않고 영상을 만들었다.

결국 잘 끝냈다.

사업을 하며 언제나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가지만 이제는 그 두려움과 공존하는 법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그나저나 수요일이다. 나는 주중에 보통 본오동 할머니댁에서 지내는데, 수요일이면 삼촌도 이 곳에 와서 주무신다. 할머니댁에는 할머니방이 한 칸, 거실겸 방이 한 칸, 그리고 작은 부엌이 있다. 원래 난 겨실겸 방에서 자곤하지만 삼촌이 오시는 수요일이면 하는 수 없이 할머니방 절반을 차지하는 라꾸라꾸침대 옆에 이불을 펴고 잔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여느 수요일처럼 오늘도 일을 하다 열두시가 다되어 조용조용 들어와 조용조용 씻고 할머니침대 옆에 누웠다. 새벽 두시. 오래된 선풍기만 바삐 돌아가고 있는 이 시간에 할머니의 마른 발이 서로 스치며 슥슥- 소리를 낸다. 할머니가 깨어있다는 신호다. 수면제를 드셔야만 잠이 드시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잠을 잔다는 것은 정말 신비로운 일이라는 생각, 할머니가 이제 약을 안드시고도 편히 주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나저나 내일 아침에 일어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

오늘, 할머니와 나의 밤은 길다.ㅠ

(그리고 분명 6시에 할머니가 믹서에 사과를 갈아 드실 것이고 나는 그 소리에 깼다가 쉬를 한번 하고 다시 잠들었다가 또 늦게 일어나서 헐레벌떡 출근을 할것이라 예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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