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변하지 않는 강산이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해야 마땅한 것들이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에서 '넌 너무 변했어' 이런 류의 말들이 애인(愛人)간의 불화를 예견하는 대사로 많이 쓰여서일까. 사람들은 오래 전 부터 변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고, 변하는 것은 부정적인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나의 개인적인 판단으론 멈춰있을 때 좋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단 하나라도 생각해보려 했지만 여전히 생각나지 않는다. 사람도 결국 변해야 마땅한 것이다. (여기서의 변함은 변절의 의미가 아니라 '농익음'이 되겠다.)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변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로웠던 대학교 신입생 시절에, 토시하나 틀리지 않은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10년 째 강의하시던 선생님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09학번이었던 내가 받아보았던 예시 자료는 10년도 더 된 것들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수업에 대해 아무런 존경심이 생겨나지 않았다. 나는 과연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 수업을 통해 유일하게 내가 배운 것이라곤 스스로 배우려 하지 않는 선생에게는 아무 것도 배울 게 없다는 것 뿐이었다. 그 선생님께서 지금은 커리큘럼을 좀 바꾸셨는지 궁금하다. 


그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요즘 나는 그 때의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있다. 지역에서 여러 어른들을 만나고, 오랜시간 다방면으로 활동해온 활동가들을 마주할 때 이런저런 고민이 든다. 운동이란 무엇인가. 고민과 회의가 몰려온다. 10년, 20년 동안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운동인가? 오늘 한 유명활동가의 10년전 인터뷰를 우연히 듣게되었다. 삶의 깨달음과 교훈이 섞인 감동적인 인터뷰였다. 그러나 그 사람은 최근 강연에서도 토시하나 다르지 않은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10년전과 같은 예시, 같은 메세지.. 그렇다면, 가는 장소마다 같은 이야기를 10년째 하는 유명활동가의 강연을 듣고 나는 무엇을 깨달아야 할까. 10년동안 같은 이야기를하는 사람이면 '전문가'라고 불려도 되는 것일까.


이야기거리가 없어서 10년동안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년동안 분명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을 종합적으로 정리해서 1시간짜리, 혹은 3시간짜리 강연으로 다 풀어내기란 어려운 일이기에, 익숙한대로 그동안 해왔던 대로 전하는 것이 내용전달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이야기하고싶은 것은 바로 그 지점이다. 10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10년이 지났으면 과거의 무용담과 과거의 감동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수준의 강연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어야한다. 이 지점에서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10년 후의 내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에서 더해지는 것이 없다면 너무나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10년 전의 깨달음으로 10년 후 까지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나를 더 채우고 돌아봐야 한다. 내 모습이 바로 저 모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뒷골이 오싹하다. 멈춰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오랜시간 같은 일을 해 온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로 칭한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는 전문가에 대한 기준이 조금 달라져야한다. 같은 일을 오랜시간 해왔을 뿐만아니라 여전히 배우고 있는 사람이 전문가여야한다. 시대가 달라졌다. 이 전의 지식과 경험으로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없다. 지식과 경험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새롭게 배우지 않는 순간 과거를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살고있는 동시대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우리의 운동은 경험과 배움이 동시에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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