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작가 료타. 나는 료타 같은 인물이 싫다. 책임감도 없고 현실감각도 없는 가장.

과거를 후회하는 어리석고 철없는 료타가 싫다. 있을 때 잘해주지 그랬냐는 아내 교코의 말에 그러게 말이야 라고 대답하는 그 답답함도 싫다. 고구마 백만개.


분명 힐링영화라고 해서 봤는데, 힐링이 안된다. 화가난다. 본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지키지도 못하는 어리석은 주인공이 싫다. 만화 원작 작가면 어떻고 뭐면 어떻나. 가족을 지키기위해서 료타는 이혼하기 전에 뭐라도 했어야 했다. 영화는 이혼의 과정은 설명하지도 않지만 안봐도 뻔하다. 료타는 무능하고 자기중심적이고 철이 없는 가장이다. 결혼생활에는 안맞는다는 교코의 말이 딱 맞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아빠같아서 싫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태풍과 할머니가 나와서 좋았다. 나는 비가 좋다. 1년 365일 중 태풍이 오는 여름 장마철이 가장 좋다. 극중 할머니와 우리 보옥할머니는 정말 많이 닮았다. 할머니들은 다들 저런가 싶다. 끊임없이 먹을 것을 내주시고, 자꾸 집안 곳곳에서 예전물건들을 꺼내오시고 집에갈 때면 베란다에 서서 13층너머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있는 우리 할머니. 싱고네 할머니와 정말 닮았다. 베란다에 화초를 키우시는 것도 닮음..


가장 좋았던 장면은 가족끼리 다같이 비를 맞으며 복권을 찾는 모습. 가장 비현실적인 장면이었기에 가장 좋았다. 그 부분은 꼭 꿈같은 느낌이었다. 아내 교코와 료타가 미끄럼틀 밑에서 한 프레임에 잡히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과거의 사람이 된 둘이 기묘하게도 한 프레임 안에서 이별을 다시 확인한다.

슬프다. 멍청한 료타. 


그런데 할머니 외에는 캐릭터에 몰입하기가 좀 힘들었다. 대사도 적고 설명도 적고. 의도한건지 어쩐건지 나는 그런건 잘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집중도가 높은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이된다. 아무튼 료타같은 찌질한 캐릭터가 나는 정말로 싫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영화자체는 일상의 소리와 시선을 따뜻하게 담아 냈다는 점에서 좋았다. 


근데 궁금한건 영화 마지막쯤에 료타가 보자기에 들고있던 것은 뭐였을까? 흥신소에서 받아온 돈? 아니면 초판본 책? 후자인것 같긴한데 그 부분이 안나와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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