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말처럼. 예술작품은 누군가를 혐오하는 것에 열려있어야 한다. 또한 그 예술작품을 누군가가 혐오하는 것에도 열려있어야 한다. 예술가가 여성을 대상화 하는 작업을 한다면 그 작업 자체를 비난하고 비판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를 범죄자로 매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그의 전시를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막는 것도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로타의 작업물 일부는(전체를 다~본적은 없기에) 여성혐오적이다. '로타'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업물들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특성을 보면 그는 순백의 순수한 여성, 아무것도 모르는 여성, 순종적인 여성, 무력한 여성의 이미지를 소품과 장소를 활용하여 부각시켜 표현한다. 흰 피부결과 파스텔톤의 색감 그리고 때때로 사용되는 학생의 이미지. 이 것은 단순히 미성년자의 이미지를 차용해서 문제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는 다분히 남성중심적인 성고정관념(성녀와 창녀로 여성을 구분하는 것*)을 담아낸 결과물이고 남성들의 그런 이분법적인 사고가 이 시대의 여성들을 억압한 주 원인이기 때문에 여성혐오적이라는 것이다.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말을 빌리자면 남성들의 이분법적인 사고안의 성녀란 어머니와 아내이다. 창녀란 성적 만족을 위해 만나는 여성, 즉 쾌락을 위한 존재이다. 성녀로 칭송받는 여자들은 창녀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를 검열하며 억압속에 살아간다. 억압을 정조라 여기며 순결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창녀로 취급받는 여성들은 두 말할것도 없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박탈당함과 동시에 억압받는다. 또 두 여성들은 서로를 각기 다른 부류라고 여기고 각자의 영역안에 갖히게 된다. 이는 모두 결국에는 남성들의 이분법적 여성관에서 기인하게된 결과이다.

로타의 작업물에서 비춰지는 여성은 이러한 성고정관념이 다분히 느껴진다. 다시 우에노 시즈키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여성의 성적 자유도가 전보다는 높아진 요즘시대에는 성녀와 창녀의 구분히 모호해지기에 남성들은 자연히 상대적으로 명확하게 구분이 되는 어리고 순수해 보이는 여학생을 성녀화 한다. 로타의 작업물의 어리고 어리숙해보이면서도 도발적인 여성들은 이런 성녀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느껴진다. 나만을 위해 복종할 것 같은 그런 여자의 이미지.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의 이미지이다.

나는 이런 이분법적 성고정관념에 근간하는 작업물이 못마땅하고 불편하다. 그러나 내가 싫다고해서 그의 작업을 훼손하거나 전시를 방해할 권리는 물론 없다. 하지만 비판할 권리는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사실 주변에 로타가 왜 문제가 되느냐고 말하는 '여성'들이 적잖이 있다. 내 생각에는 그런 여성들은 이미 로타의 작업물 속 여성을 자신과 전혀 다른 제3의 인물로 '타자화'했기 때문에 그런 반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별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이미지 중 하나로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진일 뿐이다. 여성 아이돌을 보듯 그렇게 보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히 무심코 소비하는 수 많은 대상화된 여성들의 삶은 결국 자신의 삶을 억압하는 족쇄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그 여성들은 알아야 한다. 유리천장은 갑자기 짠-하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무심코 유리조각을 직접 쌓아왔다. 나는 더 이상 그렇게 일조하고 싶지 않다. 아니 나는 지금껏 내가 일조한 모든 여성혐오에 참회하는 마음으로 내가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저항하며 유리천장을 쳐 부술것이다.


*​사회학자 우이노 지즈코는 그의 책에서 이를 '남성에 의한 성녀와 창녀의 분단지배'라고 표현했다.

*참고: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제3장 '성녀'와 '창녀'의 타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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