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는 이야기 (양장)
국내도서
저자 : 최규석(Choe, Gyu-seok)
출판 : 사계절 201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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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표지가 동화같은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대충 훑어본 삽화도 동화를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중학교시절 재미나게 읽었던 미하엘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처럼 순수하고 맑은 이야기쯤을 상상하게된다. 그러나 (누구나 책을 집어들고 몇 분안돼서 알게되겠지만) 이 책은 앞서말한 순수한 기대심과는 반대로 다분히 풍자적인 우화들로 채워져있다.

우화[寓話] : 명사

<문학>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

'지금은 없는 이야기'라는 제목에서부터 풍자는 시작된다. 일어날 수 없는 동화같은 사건들을 배경으로 두고있지만 그 안에서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은 '지금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빼다 박았다. 나무, 원숭이, 고양이, 거인 등의 이 동화같은 등장인물들은 자기철학과 가치관이 결여된 채 맹목적으로 집단의 의견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꽤나 실감나게 연기하고있다. 이를 통해 비교의식을 바탕으로 생겨난 경쟁적인 사회구조와 그 속에서 낙오되는 아웃사이더, 또는 그렇게 낙오되지 않기 위해 원치도 않는 무언가를 열심히 쫓아가는 누군가의 모습, 그리고 이 모두를 통해 역으로 배를 불리는 일부 보이지않는 권력의 모습을 신랄하게 그려내고있다.

 읽다보니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한 채 극적인 결과만을 부각시킨 점이 조금은 거북스럽기도 했지만, 보편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비판받아 마땅한 사회의 일면을 우화라는 방식을 통해 쉽고 극명하게 표현한 점에 있어서는 꽤 괜찮은 책이 아닌가 싶다. 물론 대개의 풍자가 그렇듯 책 속에 이렇다할 대안은 없다. 그저 사태가 그렇다고 이야기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볼 때 이 책은 결코 예의바르지 않다. 대안없이 문제만 늘어놓다보니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한다. 하지만 스스로의 어떤모습이 등장인물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는 '찔림'이 그 불편함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면, 이 책이 불편한 진짜 이유는 책이 어떠한 대안도 없이 당당하게 비판만해대기 때문도, 기대와 달리 다소 무섭게 그려진 삽화때문도 아닌 독자 스스로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도 많고 책도 얇아서 가볍게 읽으려고 집어들었다가 5분도 채 안돼서 되려 마음 무거워지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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