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책을 읽을 때면 짧게라도 책의 흔적을 남겨볼까 한다.

 근래에는 책을 읽고 난 뒤의 생각을 굳이 글로 정리하지 않았다. 예전에 비해 생각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 것도 그 이유이고, 글로 쓰자니 왠지 형식적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이기도 했다. 또 내 글쓰기 수준이 부끄러울 정도여서 글을 다 쓰고 스스로 읽는 것이 참 부끄럽고 괴롭게 느껴졌다.(이부분은 아직까지도 대안이 없으니 글을 꾸준히 써 보면서 차츰 극복해 보려한다.)

그치만 어떤 책을 읽었는지 정도는 기억해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덜렁 책 제목뿐이라 할지라도 이곳에 남겨보기로했다.

이 곳에는 책 내용에 제한을 둔 이야기가 아닌, 책을 읽기전에, 또는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나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저 그 생각 자체를 담으려고한다. 어쩌면 책 내용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이야기로 흘러갈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독후감 숙제를 하려고 도서 제목을 검색해서 내 블로그를 들어온 친구들에게는 큰 도움을 주진 못할 것 같다고 미리 사과의 말을 전한다. 하지만 독서라는 것이 단지 책 내용을 수용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 안에 담긴 내용을 시작으로 무한하고 자유로운 사고의 여행을 펼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독후감의 방식이 결코 책에 대한 무례함의 모습은 아닐거라 생각된다.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 (양장)
국내도서
저자 : 마르탱 파주(Martin Page) / 이상해역
출판 : 열림원 2008.10.10
상세보기

도서관에 가면 빌리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늘 고민하지만, 최대한 갯수를 줄이는 편이다. 보통 얇은 책일 경우 두 권, 두꺼운 책일경우 한 권을 빌린다. 한 번에 많이 빌릴 바에야 차라리 도서관을 자주 가는 편을 택하겠다. 내 성격상 많이 빌려도 다 볼일이 거의 없다. 한 권이나 제대로 읽는 편이 낫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이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어떤미소'를 찾다가 발견한 책이다. 원래 빌리려던 책 목록에 없던 책이었는데 제목에 이끌려 프랑수아즈의 책 대신에 이 책을 손에 쥐었다. (단순히 그 순간의 끌림을 따랐을 뿐 이 선택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나는 비를 매우 좋아한다. 그것도 우산을 뚫을 기세로 내려치는 거센 비를 좋아한다. 1년 365일 중 장마철을 가장 좋아한다. 예전에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어떤 친구가  내게 홍수, 수제민, 피난 이런 단어들을 이야기하며 나를 나무랐다. 물론 나는 비의 '양'이 좋은 것이 아니라 비의 소리, 냄새, 촉감 등 비의 성격 자체를 사랑한다. 장마가 좋은 것은 그런 비를 오래도록 느낄 수 있다는 이유일 뿐 그 이상의 이유는 없다.

그런 비의 성격들을 좋아하는 이런 나를 유혹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처음 몇 장의 글을 잠깐 소개해볼까한다.

[비는 세상이 잠시 정지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패스워드다.]

[하나의 비가 아니라, 수없이 많은 비가 있다. 장소, 시간, 다른 많은 기준에 따라, 비는 부드럽거나 날카롭고, 차갑거나 뜨겁고, 짧거나 길다. 비는 여러 언어로 말하고, 다양한 춤을 알고 있다. 비의 오래된 문화들은 5개 대륙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비는 내 감정들을 확인시켜준다. 몇몇 사랑은 비를 견뎌내지 못했다. 굳게 착색되지 못한 그 색깔들이 빗물에 씻겨 바래버렸다. 비는 붉은빛을 받아 삶에 이미지를 가져다주는 사진 현상액처럼 작용한다. 그것은 감정의 결정작용을 완성한다.]

[가끔 비는 나를 대상없는 사랑에 빠져들게 한다.(중략) 나는 한 친구에게 내 열정을 털어놓았다. 그가 나에게 물었다. 내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간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고. 나는 아직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조근조근 비에대해 이야기한다. 때로는 비 내리는 창문을 보며 감상에 젖은 사춘기 소년처럼, 때로는 비를 연구하는 학자처럼 그렇게 비의 이모저모를 살뜰히 전하고 있다. 제목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고해서 사랑에 관련된 이야기일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저 '사랑'의 속성에 빗대어 '비'를 표현했을 뿐, 그 이상 사랑에 관한 이야기 등장하지 않는다.

감성적으로 풀어나간 도입부의 내용과는 달리 점차 분석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에서는 사실 다지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비'라는 소재 자체가 다분히 감성적이기도한데다가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도 그런 감성적인 접근을 기대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비를 좋아하는 것은 하나의 취향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는 마치 현대인들이 여유가 사라졌기 때문에 비를 즐기지 못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있다. 물론 어릴때는 비를 좋아하고 커서는 비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비를 싫어하는 사람 모두가 감성이 매마른 사람들은 아니지 않을까싶다.

취향은 취향일 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 골치아프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은 없는 이야기 _ 최규석  (2) 2013.05.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