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치킨을 사이에 둔 지인과의 대화에서 나는 많은 것을 깨달았다.
여지껏 누군가와 대화할 때의 내 모습은 대단히 이기적인 모습이었다는 것을. 이런 멍청하고도 이기적인 나란 인간은 대체 누구인가.
그는 나에 대해 아무런 충고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삶의 방식을 들으며 내가 대단히도 잘못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그리고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나는 여지껏,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누군가를 만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와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논쟁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사람이란 웬만해선 변하지 않고, 내가 누군가의 의견에 반박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변할 것 같지 않다면 굳이 애써서 그런 수고를 감당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그렇게 각자의 생각대로 삶에 충실하면 될 뿐 굳이 생각이 같을 필욘 없다고 여겼다. 덕분에 관계의 깨어짐을 경험한 적은 거의 없다. 의견의 대립조차 경험한 적이 많지는 않다. 그럴때면 '개인의 취향과 생각을 존중'하자는 말로 마무리 짓고 그 상황에서 빠져 나오곤 했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다른대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곤 했다.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달라. 그치만 모든 사람의 생각이 다 같을 순 없지.' 이런 생각이 내 모든 인간관계 안에서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었다. '나와 전혀 다른 별개의 존재'로써 상대방을 대한다면 크게 실망할 일도, 크게 화날일도, 크게 싸울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사고의 구조와 다른 상대방에게 내 방식의 사고를 강요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고 생각했다.
여지껏 내가 가져왔던 이런 생각은 어떻게보면 참 맞는 말 처럼 느껴진다. '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기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러나 이런 생각을 가진 나는 진정으로 누군가의 생각과 마음에 공감할 수 없다. 겉으로는 문제 없어보이는 관계의 이면에는 철저히 상대방과 나를 분리시키고 섞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섞이기 위한 갈등조차 원하지 않는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생각의 차이일뿐 누구하나 틀린것이 아니기에.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이건 명확히 말해서 상대방을 향한 관심의 부재다. 상대방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이다. 그러나 나는 상대방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굳이 그 이유를 듣지 않는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을 뿐더러 듣는다고 내 의견이 달라지지 않을 것을 알기에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어쩜 이리도 무섭고 이기적이고 무정한 사람인가. 스스로에게 미치도록 실망스럽다. 심지어 이 사실을 여태 뚜렷하게 알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도 부끄럽다. 나라는 사람은 미치도록 한없이 멍청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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