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리통으로 징하게 아프기도하고 며칠 잠을 제대로 못잔 것도 있어서 하루 쉬었다.
아, 이 글은 언제나처럼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글이니 서론 본론 결론 따윈 없다.
아 쉼이란 이런것이구나 알게된 하루. 쉬는 것은 옳다. 무조건 옳다. 충전이 되는 것을 느낀다. 고양이 배에 얼굴을 묻고있을 때 충전되는 것도 있지만 확실히 내 몸은 침대에 있을 때 회복된다.쉬는 김에 매달 빠져나가는 왓챠와 넷플릭스 월정액이 아깝지 않은 하루를 보내야겠다고 마음먹고 두편의 영화를 내리 보았다.
나는 바쁜 도시풍경을 천천히 바라보는 류의 영상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언젠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그런 생각을 한 적이있다. 내 시선이 카메라라면 내가 타고있는 이 버스는 영화의 한 장면이겠구나 라는 생각. 그 이후로 내 모든 시선이 영화속 한 장면처럼 스산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내 생활과 밀접한 공간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빠르게 내 주변을 스쳐지나갈 때 그 낯설고 새로운 기분을 난 즐긴다. 그래서 그런지 그런 느낌을 화면에 담은 영상이 내 마음을 산란하게 한다. 그런 멜랑꼴리한 기분을 난 좋아한다.
바쁜 도시 한 가운데 외딴 섬 같이 멈춰있는 시선이 좋다. 그렇게 한발짝 떨어져 무언갈 관찰하는 것이 좋다. 며칠전 썼던 나이트오프의 잠이 딱 그런류의 영상이어서 그 뮤직비디오를 사랑한다. 중경상림도 비슷한 감성이라 좋다. 캐롤과 콜미바이유어네임은 내가 좋아하는 그런 류의 도시 풍경을 그린 설렘은 아니었지만 저마다의 감성으로 날 회복시켰다. 특히 콜미바이유어네임은 기대를 1도 안하고 봐서그런지 더 좋았다.
사랑은 뭘까. 사랑은 너무 어려운 단어다. 애초에 사랑을 한 단어로 표현하려고 애쓰는 인간이 웃긴거다. 사랑은 한 단어로 결코 불릴 수 없는 단어다.
나는 고양이를 사랑한다. 우리 모모가 내 품에 안기어 그릉그릉 코를 골고 멍한 눈으로 날 꿈뻑꿈뻑 바라봐줄 때 나는 고양이도 날 사랑한다는걸 느낀다. 우리 모모는 내가 바보같고 어리석다고 생각할게 분명하다. 매일 고통스러워하고 매일 울면서도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모모는 날 사랑한다. 내 배에 올라와주고 내 팔을 벼고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골골송을 불러준다. 제 몸을 핥다가 아주 가끔은 내 손가락을, 내 볼을 핥아주는 녀석. 나는 이 생명을 너무도 사랑한다. 고양이에게 사랑을 배운다. 사랑은 대단히 고귀한 것 도 대단한 순결한 것 도 아닌 대단히 일상적인 언어다.
사람과 사람을 운명처럼 연결하는 것도 사랑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쉼이다. 죽도록 아픈날에 고양이 모모의 품에 내 얼굴을 묻으면 난 행복해진다. 그게 사랑이다. 사랑은 별것도 아닌 형태로 우리 곁에 늘 있는 것. 그래서 사랑은 특별하게도 일상적인 어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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