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갖고있는 몇 안되는 좋은 습관 중 하나는
일기를 쓰는 것이다.

지난 일기를 돌아보는 것은 새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조금 괴롭기도하다. 일기에는 그 날의 가장 핵심적인 내 감정들을 담아내다보니 기쁘거나 슬픈일로 가득하다. 그 때의 기억을 추억하는 것은 좋으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내용들을 읽고 있으면 격양되는 감정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일기장 사이사이 꼽혀있는 누군가의 편지는 너무 많이 읽어서 너덜너덜하게 닳아 버렸다. 코팅이라도 해 놓을 걸 그랬나보다.

요즘들어 내가 종이를 찾을 때는 보통, 고민과 생각이 많아질 때이다. 그렇다보니 예전처럼 매일같이 쓰지는 않는다. 어쩌면 어릴 때는 특별하게 여겨지고 특별하게 생각되어지는 것이 너무도 많았기에 모든것을 기억하고 싶어 매일같이 일기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와 많이 달라져서 예전과 달리 슬퍼하는 감정이 자주 있지도 않고 설사 조금 마음이 힘들고 기분이 좋지 않아졌다고 한들 종이로 내 마음을 달래야 할 만큼 내면이 약하지도 않다. 슬픔을 회복하는 방식이 몇 년전과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생각의 정리가 필요한 날이면 어김없이 종이는 참 인내심 깊은 친구가 되어준다.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은 유일무이한 수단이기도하고.

내가 좋아하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한번씩 읽어보는 지난 일기들. 사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아서 몇년간 정독을 피하고 구석에 쌓아두었는데 오늘 이 새벽에 모든 것을 하나하나 정독 해 보았다. 덕분에 눈물을 한바가지 쏟아내었다. 잊고 있던 노래제목을 발견하고, 내가 읽었던 책과 독후감을 보며 저런책도 읽었나 싶은 생각도 들고 많이 새로웠다. 그리고 내 생각도 조금씩이나마 매 년 매 해 성장하고 있었음이 느껴졌다. 여전히 어린 나이지만 그동안 나에게는 분명 성장함이 있었다.

그저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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