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사 기말시험을 치루던 날. 나는 아르데코와 아르누보,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 산업디자인의 발달과 바우하우스의 교육제도. 이런 내용들을 머릿속에 빽빽히 집어넣고 시험에 임했다.

그런데 그 날 교수님은 감독관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수가 무슨일인지 밖에 나가있던 30분 남짓의 시험시간동안  책을 펴고 내용을 옮겨적었다.

성적이 절대평가인 것도 아니고 상대평가로 정해져있는 마당에 친구들이 책을 보고 페이퍼를 써 내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컨닝을 하고 있는 순간에 문제를 제기하긴 어려웠고 그냥 묵묵히 페이퍼를 꼼꼼히 써서 제출했다. 

시험지를 제출할 때 보란듯이 가득 메워진 동기들의 페이페를 보며 너무 화가났다. 동기들에게 화가난게 아니라 무책임한 교수에게 화가났다. 이렇게 할 거면 시험을 왜 보나 싶었다. 그래서 집에 오는 길에 교수님의 무책임한 행동에 실망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물론 익명으로 보냈다. 사실 실명을 밝히고 나만 빼고 누구누구누구 빵점 주세요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다음 날 재시험을 봤다. 나는 최고점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달달 외워서 시험보는게 큰 의미도 없으니 어쩌면 컨닝 한 애들이나 나나 똑같이 멍청구리이긴한데 그 때는 내가 참 유난을 떨었구나 싶다.. 그래도 불의에 항의해서 결과를 바꿨던 나름대로 의미있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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