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소원
어디선가 꿈은 멀리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처럼 늘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그 것이 자신의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던 어느 날, 엄마는 내게 웃으면서 집 앞에 있는 저 벤치에 앉아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별 의미없이 지나가는 소리로 던진 말이었겠지만 내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날마다 바쁘게 가게와 집을 오고가며 그 벤치를 그저 바라만 본다는 엄마. 매일 아침 저녁으로 지나가면서 꼭 한 번은 앉아 봐야지 하면서 앉지 못했다는 그 말에 어쩐지 마음이 아팠다. 마음이 아파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냥 앉지 그랬냐고.
그리곤 엄마에게 언젠가 꼭 엄마 이름을 새긴 길고 큰 벤치를 집 앞에 놓아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치 포레스트 검프에 나오는 벤치 처럼.(실제로 엄마가 포레스트검프 왕팬이기도 하다.) 엄마는 우와하며 이미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엄마가 벤치에 앉고 싶은 것은 단지 그 행동 이상으로, 시간을 즉흥적으로 유용할 수 있는 여유에 대한 갈망일 것이다. 짜여진대로 반복적으로 사는 삶이 아닌, 계획에서 조금 벗어난 일탈을 꿈꾸는 것이다.
엄마가 꿈꿀 수 있는 일탈의 범위는 고작해야 집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벤치에 잠시 앉는 것 뿐이다. 집으로 가야할 방향에서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전혀 다른 곳으로 행선지를 바꾸는 것도 아닌, 그저 길목에 잠깐 멈춰서 하늘을 바라보는 정도.
20대에 친구들이랑 군밤도 팔고 땅콩장사도 해서 다방에서 비엔나 커피도 사먹고 정말 재밌는 일을 많이 해봤다던 엄마. 지금도 내게 뭐든 도전해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엄마다. 독서와 글쓰기를 참 좋아했다던 엄마. 도전하고 생각하고 행동하길 좋아했던 엄마가 벤치에 앉는 것 조차 어렵게 만든 것은 그저 흘러간 세월의 탓일까.
이번 주말에는 엄마랑 놀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