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인정하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과는 어울리기 참 피곤하다.

이들은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잘 안한다. 전에 어떤 이에게 왜 그동안 여러차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고도 단 한 번도 사과하는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꼭 말로 해야하냐고 당연히 마음 속으로 미안해하고 있었고 뒷처리 해줘서 고마워하고 있었고, 그저 '말만 안했을 뿐'이라고 했다.

글세. 정말로 말만 안했을 뿐일까. 내 입장에선 '말조차 안한 것'이었다. 그의 비언어적 태도역시 결코 미안해 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오히려 실수를 인정하는 말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은 채 그저 실수에 대한 뒷수습을 위해 앞으로 해야할 일을 툭툭 내뱉는 모습이 권위적으로 느껴졌다.

대로변에 똥을 싸놓았길래 그 사람에게 어쩔거냐고 묻자 미안해 하기는 커녕 사과도 없이 바로 '어쩌긴 어째 이제  같이 치워야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황당. 니가싼 똥 같이 치우는 것을 이야기하기 전에 넌 먼저 사과를 해야하는게 옳은 거야. 사실 큰 것을 바라지도 않았는데. 그냥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면 되는 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은 내게 미안한 감정보다 자신이 실수한 것에 대한 수치심과 민망함이 더 컸기 때문에 사과를 하기보다 사건을 대처하기에 더 급급했던 것 같다.

미안하다는 것은 "남에게 마음이 편치 못하고 부끄럽다"는 마음을 언어로 전달하는 것인데 이는 필연 사람됨의 도리이자 스스로 실수할 수 있는 인간임을 상대에게 드러내는 겸손의 태도이다. 그러나 사과를 겸손의 태도라 여기지 않고 상대에게 굴복하거나 낮아지는(?) 태도라 여기는 사람들은 사과를 하지 않는다. 사과를 하면 카리스마(혹은 권위따위)를 잃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혹은 낯간지런 일이라 생각한다.

진짜 카리스마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카리스마는 스스로 권위를 높이고 드러낼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될 때 자연히 얻어지는 것이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실수로 인해 크고 작은 피해를 감수하고있는 사람 앞에서 자존심 지키느라고 마땅히 해야하는 사과를 미루는 사람.

난 그런 독단적인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사과를 미룰수록 사람을 잃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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