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페이스북이 뜨겁다. 랩퍼 산이가 feminist라는 곡을 발표하면서 이수역 폭행사건으로 일컫어지는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기 때문. 또 이에 대해 랩퍼 제리케이와 랩퍼 슬릭이 디스랩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며 페이스북이며 주요 포털 및 sns의 베댓은 제리케이를 비아냥하는 것이 99.9%이다. (슬릭은 현시점에서 곡을 낸지 24시간도 안되기도 했고 이전에 슬릭을 알고있던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인지 슬릭을 욕하기 보다는 이 기회를 틈타 듣보잡 랩퍼들이 돈벌이를 한다고 싸잡아 욕하고 있음. 근데 얼마나 랩을 모르면 제리케이가 듣보잡이라고 하는지 그 수준 알만함. 나 같은 문외한도 알정도의 랩퍼인데.)

산이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 할 가치가 없다. 수준이 하도 알만해서. 그런데 이 상황을 두고 소위 진보라하는 인간들 중에 "왜 디스곡을 내서 갈등양상을 부추기냐"고 제리케이나 슬릭을 비판하는 인간들이 있다. 아니 그런 곡을 공유하는 나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남녀대결구도 부추기지 마라, 혐오를 조장하지 마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 말은 그동안 이들이 주장해온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이 사람들은 소위 자신들을 진보라 여기고 소수자의 편에 서는 것을 자청해 왔다. 세월호 문제에 있어서,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에 있어서 적폐세력 물러가라고 광장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끝까지 함께 행동하겠다고 선언하던 사람들이다. 프로필엔 노란나비와 노란 리본이 즐비하다. 그런데 이들은 제리케이와 슬릭의 곡을 공유하고 옹호하는 사람들을 향해서는 "혐오를 조장하고 갈등을 심화 시키는 말을 멈추라"고 한다. "늬들이 그렇게 말하면 저들과 다를게 뭐야"라고 한다. 그러는 당신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던 어른들과 뭐가 다른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최초에 말도안되는 가사로 페미니스트를 자신의 적으로 규정한 랩퍼 산이이지 제리케이와 슬릭이 아니다. 제리케이와 슬릭은 가부장제 권력에 대해 싸운것이고 산이는 권력을 쥐고있으면서도 쥔줄도 모르고 권력을 갖지 않은 자들을 비난한 것이다. 이게 남녀구도여서 끼면 안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가??(중요한 사실이 아니기도 하지만 하도 남녀갈등구도 얘기를 해서 굳이하는 말인데 제리케이는 심지어 남자임)그 논리에 따르면 페미니스트들은 성별권력에 대한 부조리에 저항하는 것을 떼놓고 페미니즘운동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앞으론 아무 말도 해선 안된다. 이런 결과가 소수자 편에 서는 행동이라 생각하나? 이게 입을 막는 행동이 아니면 뭐란 말인지.

이들은 앵무새처럼 남녀대결구도가 옳지 않다 생각하기에 어느쪽이든 편드는 말은 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이게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때 기계적인 중립을 취하며 숨어있던 비겁한 방관자들과 다를게 뭐람? 물론 남녀 대결구도가 옳지 않다는 말에는 100%동의한다. 당연히 이 문제는 남녀가 싸울일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 문제가 그저 단순히 남녀의 문제인가??? 그렇게 대결구도를 만들어가는 산이같은 인간들 때문에 이에 대해 항변한것이 아닌가...???? 그렇게 축소해서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말하는 본인이 바로 그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흑인이 비난받고 조롱당하고 있을 때 그 흑인을 대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인종간 대결구도를 조성하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까???

무대응이 꼭 능사는 아니다. 틀린것을 틀렸다 지적하고, 인간답지 못한 모습에 욕하고 분노하고 그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중요한 저항의 표시다. 그 분노의 대상이 하나의 인물에 촛점맞춰질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으면 왜 산이가 페미니스트 랩 발표로 특정인물(이수역사건발화자)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짓 하던 순간에는 가만히 있고 그 곡이 급물살이 타서 퍼지게 되는 모습이 견디기 힘들어서 뭐라도 해보자며 분노한 아티스트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자들에겐 왜 엄격한가???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이 불편하다면 디스라는 랩 문화 자체를 먼저 비판하라.

그저 서로 물고 뜯고 파가 나뉜 모습 보기 싫다고 하는 것은 정치인들보고 왜 맨날 싸우냐고 말하는 사람들과 뭐가다른가. 구조적으로나 사회 분위기적으로나 산이에게 공감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비율로 따지면 9:1정도. 이것도 높게 쳐준 수준인데 왜 이 인간들은 그렇~게 소수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자고 하면서 그나마 내고있는 목소리마저 내지도 못하게 목을 비틀고 있는지 답답한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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