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일하게 경청받고 있다고 느낀적이 지금껏 딱 한 번 있다. 당시 전도사님이셨던 어느 목사님 이야기이다. 평소 그 분의 사고나 정치적 입장은 차치하고 그 분과 대화 했던 기억만큼은 너무나 인상깊었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정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양대 근처의 어느 카페(혹은 밥집)에서 했던 대화. 내가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특히 나보다 나이 많은 남자들은 대체로 경청할줄 몰랐다. 그런데 이 목사님은 내가 디자인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 할 때 굉장히 관심있는 태도로 경청해 주셨다. 이 때 내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 당시 한참 나는 디자인과 언어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던 때여서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언어의 특성과 닮아있다는 다소 어려운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놨다. 그 전까지 디자인전공자들에게도 그런 이야기는 절대 해본적이 없었다. 내 관심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줄곧 이  블로그에다 그런 잡생각을 풀어내곤 했다.  그런데 블로그에 혼자 할 법한 이야기를 너무나 흥미롭다는 태도로 경청해주는 목사님을 만난것이다. 계속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적절한 질문을 해주셨고 내 대답을 매우 흥미롭게 듣고계신 것 처럼 보였다. 실제로 어땠을지는 알길이 없지만 적어도 내가 본 사람중에 비언어적 태도까지도 완벽하게 상대방을 깊이 존중해주는 리액션을 본 적은 그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무런 편견없이 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흡수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과의 대화는 수년이 지나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짧았지만 짜릿하고 강렬했던 대화의 기억. 그 때를 생각하며 다른 사람을 대하려 노력한다. 그 순간 만큼은 아무런 편견없이 마주하려 노력한다. 물론 노력처럼 잘 되진 않지만 그래도 나에게 그런 기준을 알게한 그 목사님께 고마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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