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일까 소심한걸까

 

 

지나친 배려는 상대방을 불편하게 한다.

 

사실 그런 행동은 배려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상대방의 행동과 표정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

사사건건 상대방 행동의 의미를 물어보고, 상태를 살피는 질문을 하는 등의 행동들.

 

 

예를 들자면 재채기할 때마다 "감기 걸렸어?"라고 묻거나

배를 만질 때마다 "왜그래?배아파?배불러?"

다리를 긁으면 "다리에 상처 났어? 모기 물렸어? 왜 그래?"

입술을 만지작거리면 "어디 불편한 것 있어? 입술에 뭐났어?"

아주 약간의 시선이동으로 창밖을 바라보면 "왜? 밖에뭐있어?"

 

 

으악, 제발 저런 질 문 좀 자제해 주면 안 될까요

제 발 좀 날 좀 가 만 히 내 비 둬

물론 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차원해서 하는 질문이라는 것은 아주 잘 안다.

 그 마음은 매우 잘 알겠다.

그치만 이는 안타깝게도 그저 상대방을 귀찮게 할 뿐이다.

 

 

 

문제는 앞에서 말했듯이 이런 행동을 하는 본인은 정작 이 행동들이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며

또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주기위해 배려차원에서 하는 행동(혹은 매너 있는 행동의 일부)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진정한 배려라면 자신이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상황에서 묻어 나와야 하는 것임을 알지 못한다.

배려는 그렇게 눈에 띄게 지나친 관심에서 비롯될 수 없다.

이는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할 뿐이다.

 

 

물론 그 의도는 순수하고 따뜻하다.

딴에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또 관심의 표현(이성간의 관심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관심)이라 생각하며 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런 사람들은 순수하고 맑고 착한심성을 가졌지만 고집이 세다. 또는 지나치게 집착한다.

 

대개 이런 스타일의 사람들은 기존의 인간관계에서 아픈 경험을 갖고 있고 그러한 경험은 지나친 조심, 배려, 소심한 행동의 결과들을 낳는다.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물론 누군가의 상처를 내가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상처를 끌어안고서 끊임없이 아직 예정되지도 않은 또 다른 상처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인간관계 안에서의 실수에 대한 염려를 가득 갖고 사는 사람의 행동이 자연스러울 리 없다.

 

 

이는 함께 있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스스로를 낮추는 잘못된 행동이다.

물론 이런 사람들을 대할 때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고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힘든 일을 겪었을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또한 이런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고 또 상처가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하는 나를 포함한

이 사회와 현대인들의 상황이 안타깝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옭아매고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스스로가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대부분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러한 상황을 그저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단정 짓고 그 상황가운데 빠져

허우적거릴 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그저 계속해서 자신의 외로움을 해소해줄 어떠한 사람을 찾아다닐 뿐이다.

그러면서 그 사람에게서 제대로 위안을 얻지 못하면

또다시 우울함에 빠지고 절망함에 빠지며 자신은 언제나 혼자라고 아무도 자기 맘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세상에게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며 자기방어에 나선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해결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발견하는 것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의 상황과 아픔이 이미 자신의 손 위에서 떠난 부분이라고 여기며

그저 아파만하고있는 그 모습이다.

 

사람의 도움은 한계가 있다. 지인의 충고와 위로도 한계가 있다. 사람은 언제나 사람 안에서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얻지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 부분은 스스로 채워나가야 한다. 그 공허함은 인간에게서 비롯될 수 없다.

계속해서 누군가를 의지하려 발버둥치지만 어리석은 행동일 뿐이다.

깨진 항아리에 물을 채우기 위해서는 깨진 부분을 매워야 한다. 아무리 바가지를 큰 것으로 바꿔도

결과는 똑같다.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저 부수적인 요인들에만 변화를 주고 의지를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물론 사람들이 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원인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알면 그렇게 하겠지.

하지만 인간은 참으로 어리석어서 자신의 일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주관을 배제하고 원인을 찾고 그것을

해결하기까지의 과정을 도출 해 내는 것이 어렵다. 왜냐하면 주관이 많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자신의 문제를 철저히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조언을 내려 본다.

혹은 자신에게 편지를 쓰거나 말을 걸어 볼 수도 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대답해본다. 이러한 과정이 처음에는 어색하다 할지라도

끝내는 문제해결에 엄청난 도움을 준다. 고민하는 자야만이 문제를 극복하고 넘어설 수 있다.

 

고민 없이 아파만하고 그 외로움과 어두움 속에 갇혀서는 나아질 것이 없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세상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고 상황과 여건을 비판하는 사람은 분명히 말하지만 겁쟁이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언제 까지 남 탓만 하다가 시간을 허비하고 말 것인가. 제발좀 솔직하게 살자.

 

끊임없는 자기연민으로부터 탈출하길 바란다.

 

 

 

이렇게 이미 상처가 많은 사람을 대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고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중요한 것은 친구로서 이러한 부분을 짚어줘야 한다는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잘 하지 못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상처받은 사람들은 기필코 이러한 부분을 깨닫고 넘어서야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계속적으로 메뚜기와 같은 짧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그 짧고 단기적인 만남에서 위로와 상처를 반복해서 받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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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정리해볼까

 

*지나친배려: A는 지나치게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고 계속해서 눈치를 봄. 계속 상대방의 상태를 살핌.

- 자신의 행동이 다른사람에게 해를 입히진 않을 지 엄청 고민함. (소심한 거임 이건 배려가 아님)

 

* 근데 이러고 있는 동안 상대방이 이 과정을 전부 느낌.

' 얘가지금 내 눈치를 자꾸 보고있구나. 얘가 날 너무나 신경쓰고 있구나.;;;'

-> 이러면 상대방은 점차 그냥 상대방이 귀찮아짐. 상대방을 무시하게됨.

 

* 이 과정에서 A는 결국 또 상처를 받게됨. 역시나 뭔가 문제가 다시 생겼음을 직감하게됨. 그리고 원인을 찾아보려고 노력함.

-★ 계속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지만 원인이 뭔지를 알지를 못함. 자신의 잘못을 그저 행동에서 찾으려고함.

비디오 되감기 하듯 자신이 했던말과 행동들을 계속 생각함. 하지만 자신이 했던 행동에는 상대방을 향한 배려밖에 없음을 발견하고는

고뇌에 휩싸임.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한채 상처만 받음. 아무이유없이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 이 상황을 되씹으며

매번 새로운 인간관계 혹은 만남에서 계속 더욱 더 조심하고 더욱 더 신경쓰게됨. 이건 또다른 상처를 만듦. 악순환의 반복.

 

 

해결책은 하루빨리 자기연민에서 빠져나와 문제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 상황 자체에 집중하지 말고 더 넓고 더 깊숙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 볼 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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